* 본 리뷰는 현재 방영중인 시즌 2 포켓몬스터 XY&Z의 내용이 일부 포함되어 있으나 기본적으로 시즌 1 포켓몬스터 XY에 관한 총집편적인 리뷰입니다.

* 시즌 1 분량이 끝난 입장에서 모든 내용을 스포일러 하고 있습니다. 원작인 포켓몬스터 X/Y를 플레이 해보셨다면 리뷰 내용에 이해가 편하실겁니다.

* 본 리뷰는 존대, 존칭이 모두 생략되었습니다. 또한 모든 캐릭터명은 한국어명 기준입니다.

* 스킨의 변경으로 인해 첫번째 이미지가 변경되었습니다. (20160130)



BGM : 포켓몬스터 XY&Z 오프닝 <XY&Z> Full Ver.

노래 : 한지우(마츠모토 리카)



1997년 4월, 일본에서 포켓몬스터라는 애니메이션이 방송되기 시작했다. 원작은 1996년에 발매된 포켓몬스터 적/녹이라는 게임보이 소프트. 인간 쪽 주연인 레드를 애니메이션 설정에 맞춰 한지우(사토시)라는 캐릭터로 재창조시켰으며(그렇기 때문에 지우와 레드는 전혀 다른 캐릭터이다. 요즘도 오해하는 이들이 있는데, 애초에 애니메이션이 게임 설정을 리부트해서 재창조 된 세계다.) 97년에 시작된 여행은 올해로 19년차를 맞았다. (원작인 게임은 올해로 20주년) 여전히 지우는 10살이고, 피카츄 또한 같이 다니고 있다. 총 다섯 군데의 지방을 같이 여행했던 파트너는(관동, 성도, 호연, 신오, 하나) 6번째 지방인 칼로스에 도착했다.


그리고 그들의 여행은...



[추억은 추억에 묻어두고]

난 무인편이 SBS에서 짤린 이후로 제대로 포켓몬스터 애니를 본 적이 없다. 아마 그 때 즈음 우리집에 케이블이 놓이고 해서 투니버스나 재능TV에서 애니메이션을 보고 한 탓인 거 같은데, 자라면서 점점 볼 시간도 없어졌고 볼 이유도 찾지 않았다. 원작인 게임이 있었다면 조금 다르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지만.

XY가 방영을 시작하면서, 미리 공개된 PV를 보고 한 번 봐볼까? 했던 게 시작이었다. 그렇게 보던 것이 벌써 XY&Z로 돌입하고, 방영햇수로 3년차가 되었다. 기본적으로 아동용 애니메이션이라는 선이 존재하지만, 그 안에서 내뿜어 댈 수 있는 그야말로 갈려나가는 퀄리티로 지금은 성인이 된 시청자 입장에서도 만족하고 보고 있다. 고프프리 1화, 39화가 아동용을 뛰어넘었던 작화파티였다면 XY에선 체육관전, 특히 시트론전인 67화가 그러하다. 여러분 돈지랄이 최곱니다 돈지랄하세요.



<67화 시트론전 중 '일부'. 이외의 부분에 대해선 밑에서 다시 설명하도록 한다.>



[모험을 떠나자, 다시 한 번 더.]


<지우 일행의 경로. 게임과는 약간 다르게 각색이 들어가있다. 현재 위치는 XY&Z 기준.>


현재 지우 일행은 1화에서 관동-칼로스행 비행기를 타고 미르시티에 온 걸 빼면 원작과 거의 비슷하게 진행되고 있는 중이다. (단, 게임에서는 조아마을이 칼로스지방 최남단에 위치했지만 애니메이션에선 미르시티가 중심지기 때문에 백단시티로 잠깐 내려갔다가 간 정도) 리뷰를 쓰는 시점에서는 8번째 체육관인 이설시티를 향해 가는 중이고, XY는 7번째 체육관인 향전시티에서 종료되었다.


원작을 플레이 해 본 사람들이라면 알 것이다. 플레이 분량은 약 30시간쯤 된다. 지우는 이 30시간을 리얼타임으로 딱 2년을 채우고(XY) 마지막 체육관과 리그를 향해 가는 중이다. 요컨대, 게이머 입장에선 예전에 진작 플레이를 다 한 게임을 애니메이션으로 되돌아보게 되는 구조인 것이다. 중간중간 오리지널 요소가 섞여있다고 해도, 기본적인 세계관을 무시하는 수준이 아닌 정도로.


이전에 방영된 애니메이션도 이런 식이었다. 게임을 플레이하는 시간은 얼마 걸리지 않는다. 애니메이션은 이걸 극단적으로 늘려 진행하는 구조고, 무엇보다 게임에선 여섯마리의 포켓몬과 홀로 여행하지만, 애니메이션에선 지우와 세레나, 유리카와 시트론이 일행으로 같이 떠나고 있다. 각자의 꿈도 다르고 개별적인 에피소드도 존재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딜레이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늘어질 수밖에 없는 요소들을 촘촘하게 배치해서 보는 이들로 인해 지겹지 않게 한 것이 장점이다. 무인편의 경우 예상치 못한 인기로 인해 4쿨 내로 끝났어야 할 분량을 어거지로 늘리는 방법을 썼지만, XY는 그럴 필요가 없다. 어떻게 보면 빡빡하다고도 볼 수 있으나, 제작진이 그만큼 각본에 신경쓰고 있다는 증거라고도 볼 수 있을 듯 하다. 쓰잘데기 없이 버릴 에피소드는 진작 쳐내고 온전히 스토리를 진행하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힘이 팍 들어가있는 요소들]

세레나, 시트론, 유리카는 게임에도 등장하지만, 게임과는 전혀 다른 별개의 캐릭터성을 들고 나온다. 애니메이션 오리지널 요소인 <트라이 포카론>을 꿈으로 잡은, 꾸미기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의 10살 소녀 세레나와 패셔너블한, 늘씬한 장신 소녀인 게임의 세레나는 분명히 다르다.

그렇기에 세레나는 세레나 자신만의 오리지널 스토리를 가지고 있고, 설정을 가지고 있다. PV에 등장해 일약 포덕들을 파란에 몰아넣었던 지우와 어릴 적 만난 친구이자 세레나의 첫사랑이 지우라는 것에서부터 이미 말은 다 했다고 볼 정도로.


하지만 세레나는 이 '첫사랑과의 만남'이라는 목표를 조기에 달성한 이후로 메인 에피소드에서 이래저래 무엇을 해야 하나 고민하는 정체성에 관해 흔들리는 에피소드가 메인이 되었다. 한동안 세레나 주역인 에피소드는 말 그대로 비주얼적으로 눈을 즐겁게 하기 위한 요소가 많아 아무런 목적도 없이 같이 여행을 떠나는 신인 트레이너라는 오명도 썼지만, 제작진들이 오랜 기간 공들여 세레나가 여러가지를 체험하면서 끝내 포켓몬 퍼포머라는 꿈을 정하기까지 장장 40화의 분량을 소진하면서 만들게 된다. 


생각해보면, 보통의 사람은 세레나와 같이 이것저것 체험하면서 스스로가 무엇을 하고 싶어하는지, 무엇을 잘하는지 찾는 것이 대부분이다. 대신 그 과정이 장기 애니메이션이라고 해도 거의 1년을 썼다는 게 시청자들에게 있어서 불만이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이후에 세레나가 메인이 되는 에피소드는 뚜렷하게 자신의 꿈을 향해 전진해나가는 에피소드를 주로 선보이고 있다. 그리고 이런 세레나가 정하지 못한 꿈에 대해 좀 더 확실하게 태도를 바뀐 화는 지우와는 별 상관이 없을 것 같았던 포켓비전을 만드는 화였다.



<포켓몬스터 XY 40화 중>

지우 : 있지, 이 캠프에서 하는 것들이 배틀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세레나 : 어제 낚시대회도, 오늘 포켓비전도?

지우 : 물론, 이 세상에 쓸모없는 경험은 없어. 

지금까지 모험 전부가 칼로스 리그 우승으로 이어질거야. 그러니까 더 힘내야지.

세레나 : 지우 넌 항상 힘내고 있어, 충분히.

지우 : 아냐, 아직 멀었어. 이정도로는 꿈을 이룰 수 없어.

세레나 : 무슨 꿈?

지우 : 포켓몬 마스터가 되는 거지.

세레나 : 그래? 역시 대단하네, 지우는.

지우 : 응?

세레나 : 아, 아냐! 수건 다시 갈아줄게. 꿈, 제대로 가지고 있구나.

지우 : 갑자기 왜 그래?

세레나 : 내가 하고 싶은 것, 내 꿈은 뭘까 하고 가끔씩 생각해.

지우 : 잘됐네! 조급하지 말고 천천히 생각하면...

세레나 : 푸호꼬...

지우 : 푸호꼬가 너랑 같이 꿈을 찾아주겠다는데?

세레나 : 포켓몬과 함께 찾는 꿈...



시트론은 지우의 모습을 보고 스스로가 변하고 싶어 지우와 함께 여행을 떠났다. 공돌이 속성은 유지하고 있지만, 게임에서와 다르게 거의 매 화마다 박살나는 게 일상이다가도 전기샤워라는 시스템을 10살 이전에 만들어 낸 천재소년의 요소도 갖추고 있다. 유리카는 단순한 조연이었지만 오빠의 포켓몬인 데덴네를 키프하고 있다는 설정에, XY&Z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푸니짱'과 함께 여행 중이다.


그런 시트론과 지우가 붙는 시점도 꽤 중요한 위치에 있는데, 시트론 본인이 5번째 체육관이라는, 스토리에서 딱 절반의 위치에 존재하는 체육관의 관장이라는 점이다. 지금까지 체육관 동료들은 아예 초반에 다 몰아서 붙어버리거나, 아이리스와 같이 아예 붙지 않는 전개로 갔으나 이 또한 포켓몬스터 애니메이션에서 처음 시도되는 시도였다. 그리고 제작진은 그런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그 이상의 퀄리티로 보답했다. 67화 한 화에 쓰인 원화는 무려 1만장 이상. 그리고 잠시 이탈했다가 돌아온 시트론은 지우에게 최고의 전략으로 상대하며, 지우 또한 일행인 시트론과의 체육관전에서 자신과 했던 약속대로 시트론과 붙게 되어 전력으로 상대하게 된다.




<위부터, 67화 / 58화 아래는 67화 / 93화(XY 마지막화)

표현적인 부분에 있어서 나눈 것이지 별 의미는 없다. 열도의 아동용 애니메이션은 대체 어디로 가는가.>



지우는 언제나 그렇듯 리그전에서의 우승을 목표로 두고 있다. 이 설정은 무인편에서도 그랬고 다른 시리즈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거진 20년째 여행 중인 캐릭터에게 신선함을 바라는 것은 힘들다. 대신 그렇기 때문에 새롭게 추가된 레귤러진에게 참신한 요소들을 붙여 기존의 매너리즘을 타파하는 시도를 했다. 참고로 지우에게 무리하게 신선함을 붙이려고 했다가 망했던 게 바로 전작인 BW다.



[사람도, 포켓몬도 모두 주인공인 세계]

저번 리뷰처럼 역시나 정신나간 조합으로 크로스 리뷰로 쓰고 싶었지만 무산된 이유가 바로 이 부분이었다. 고프프리는 꿈을 지키는 소녀들의 세계지만, 포켓몬은 그게 아니다. 사람 뿐만 아니라 포켓몬이 매 화 주연급 비중을 받는다. (그게 사람보다 비중이 떨어진다 할지라도) 애초에 레귤러 주연진에 지우와 피카츄 둘 다 들어가있고 포켓몬 중 처음으로 피카츄어로 제목까지 소개한 화가 있었다(XY&Z 7화) 그만큼 피카츄의 위치는 생각 이상으로 중요한 곳에 존재하고 있다. 지우의 주인공 하차 논란이 있는 와중에도 쉽사리 논란의 끝이 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지우의 피카츄이기 때문이다.



<이런 반칙적인 귀여움을 만들어낸 작화진과 피카츄의 성우 오오타니 이쿠에씨에게 경의를 표한다.>



그리고 XY에서 피카츄의 비중은 주연급이라는 말이 이상하지 않을 만큼 좋은 위치에 자리하고 있다. 아무래도 아이들이 공감하는 소재를 내놓아야 하는 제작진 입장에서 너무 많은 분량을 피카츄에게 할애를 하긴 힘들겠지만, 그럼에도 피카츄가 주역이 된 에피소드는 꽤 되는 편이고 무인편의 그 피카츄를 생각하면 피카츄의 지금 위치는 굉장히 주동적인 포지션에 자리하고 있다. 



[무난한 스토리라인... 으로 끝날 거 같냐!!]

이렇게 촘촘한 스토리라인을 갖고 있음에도 XY의 단점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은 바로 촘촘하기는 한데 확 몰입하고 볼 이유가 없는 애니메이션만의 스토리가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쉽게 말해 원작인 XY와는 차별점이 없다라는 것인데, 자잘한 부근에서 촘촘하기는 하지만 메인 스토리 내에서 확 끌어당길만한 요소가 없던 탓이었다. 


일단 XY는 이게 부족하다는 문제를 안고 끝났다. 일단은. 그렇다고 해서 저평가 될 애니도 아닐 뿐더러, 아예 대놓고 XY&Z에서 애니메이션 오리지널 스토리에 대한 떡밥을 어마어마하게 살포하며 끝나서 XY만 보고 하차하기도 어렵게 만들어놨다. 



<드디어 알랭이 본편에 등장, 지우와 맞대결을 펼친다는 내용에 포덕들이 어떤 반응이었는지, 상상이 가는가?>



메가리자몽 X(알랭), 메가나무킹(승태), 그리고 지우 개굴닌자(지우)

플레어단 스토리에 본격적으로 끼어들 수밖에 없게 된 지우 일행, 그리고 푸니짱.

아직 붙지 못한 8번째 체육관 관장, 우르프와 그가 있는 이설시티.


이 모든 것들이, 후속작 XY&Z로 넘어갔다.



XY는 이제 본편이 시작되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