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글은 전혀 어울리지 않을 거 같은데 어째서인가 둘 다 땡겨서 열심히 봐버린 GAROGo! 프 리큐의 통합리뷰입니다. 두 작품을 처음 보시는 분들이 계실 지도 몰라 최대한 스포일러를 배제한다고 썼지만 모르기 때문에(...) 여하튼 용썼습니다. 네... 그래도 필요한 부분은 어쩔 수 없이 인용했으니 감안하시며 봐주시길 바랍니다.

* 크로스, 라고 썼습니다만 일종의 병렬적 구성을 취하고 있습니다. 두 매체를 비교하고자 쓰는 리뷰는 아닙니다. 

* GARO 시리즈라고 언급했습니다만, 실제로는 코우가가 주인공인 작품(하단에서 언급) 위주로 정리되어 있습니다. 시리즈 자체가 성인물이니 나중에 보실 때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당연하지만, 리뷰 내용 중엔 그와 관련된 내용은 그다지 없습니다.

* 편하게 존칭은 생략, 존대 또한 생략합니다.

* 이후 이 두 시리즈에 대한 리뷰는 각자 또 올릴 예정입니다. 아니 프로젝트 크로스 존 2은 언제 올릴건데요

* 지속적으로 수정 중입니다. 여러모로 간만에 정성쏟은 글이라 그런가 손이 많이 가네요. 현재 최종수정 버전은 160117입니다.



<부제 : 이런 정신나간 크로스 후기를 실제로 해버리고야 말았습니다ㅋㅋㅋㅋㅋ>

고프프리, 혹은 가로 쪽만 파시는 덕후분들께는 심심한 양해를 미... 미리 좀 구합니다. OTL



GARO(이하 가로)와 Go! 프린세스 프리큐어(이하 고프프리)는 변신물이라는 공통점 외에는 전혀 공통점을 찾을 수 없다. 가로는 성인향의 특촬물이고, 고프프리는 여아용의 애니메이션물이다. 주 대상이 되는 연령층도 다르고, 세계관도 다르고, 하여간 위에 쓴 '변신물'이라는 공통점 말고는 아무런 것도 없다. 하다못해 성우가 겹치냐면 그것도 아니다. 스탭진 중에도 그 누구도 겹치지 않는 두 작품. 그럼에도 나는 이 전혀 다른 두 매체를 재미있게 봤고, 겉으로만 봐선 도대체 공통점을 찾을 수 없는 이 두 매체에 대해 같이 얘기해보고자 한다.



[이 공통점이라고 없는 작품들의 간단한 소개]

GARO에서 사에지마 코우가는, 정확히 말해서 작품이 시작되기 전까지 두루뭉술하게 '호러들을 사냥한다'는 신념 하에 마계기사가 되어 있는 상황이었다. 1화에서 미즈키 카오루를 만나고, 호러의 피에 뒤집어씌였음에도 어째서인가 (외전 소설에서, 카오루는 이미 이 때 코우가한테 반해 있던 상황이었다) 미끼로 써야 한다며 살려놓게 된다. 이 예외가, 코우가를 주인공으로 하는 이야기들의 장대한 시작. 그리고 카오루와 엮이며 그의 '의무'또한 구체적으로 변하기 시작한다. 1화에서의 그 무뚝뚝을 넘어선 상식결여.... 일지.... 음... 하여간 그걸 생각해보면 매 화 발전해가는 커뮤니케이션이랄까.



<이런 최악의 첫 만남인데도 반했다는 카오루. 하지만 이게 '첫 만남'은 아니다.>



Go! 프린세스 프리큐어에서 하루노 하루카는, 어린 시절 보았던 꽃의 프린세스라는 동화책을 읽고 그러한 공주님이 되고 싶었다. 짖궂은 장난에 울고 있던 어린 하루카를 달래준 것은 호프 킹덤의 왕자, 카나타. 만남의 선물로 하루카는 드레스 업 키를 받게 되었고 그것이 하루카의 꿈의 시작이 된다. 그리고 꿈을 이루기 위해 스스로 노력해 명문 학교 노블 학원에 입학한 것을 계기로, 학생회장 카이도 미나미, 탑 모델 아마노가와 키라라와 만나 프린세스의 꿈을 꾸는 것이 스토리의 시작이다. 

하루카는 매체 특성상 코우가처럼 무뚝뚝하거나 그런 타입은 아니다. 밝고 상냥하지만, 아직 다 피우지 못한 꽃봉오리. 초반에 키라라와 미나미와 다니면서, 노블 학원 내에서 실제로 하루카가 듣는 말이기도 하다. 그런 꽃봉오리가 아름답고 강하고 화려하게 피어나는 그 과정이 고프프리의 주제 중 하나이다. 익숙한 이들에겐 진부한 플룻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글쎄. 작품은 실제로 보는 쪽이 도움이 될 것이다.



<본편 내에서 기술 외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유일하게 쓰인 등장 CG Ver. 큐어 플로라.

그 이후에 등장한 어떤 프리큐어도 3D 모델링으로 데뷔씬을 찍지 않았다. (물론 극상의 2D로 나오긴 했다) 전력을 다한 토에이는 무섭다.>



미리 써두었지만, 정말 이 둘은 공통점이라고 찾아보기 더럽게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할 얘기가 많지만.



['인간'과 인간의 '꿈']

공통점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 중 하나는 두 작품군 다 변신하는 히어로물.... 이다. 그렇다. 히어로물인 거 말고 딱히 공통점은 없다. 왜냐면 시선의 방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1기 1화의 코우가의 상태와 고프프리 1화의 하루카의 상태는 완전히 다르다. 한 쪽은 스스로의 인간성을 억지로 짓누르는 상황이고, 한 쪽은 동경하던 프린세스가 되어 기뻐도 모자랄 판이다. 냉탕과 온탕급 차이다. 


그럼에도, 이 어마어마한 온도차가 있는 두 작품에서 각 주인공들은 변화를 겪는다. 시선이 움직이고, 생각이 바뀐다. 그 계기는 한 사람, 그리고 여러가지의 꿈들. 극도로 인간성을 억눌러온 사람은 한 사람을 만나 느릿하지만 분명 긍정적인 쪽으로 변화를 겪고, 여러가지의 꿈을 보고 지켜온 이는 스스로의 꿈에 대해 어렸을 때 꾸었던 꿈이 스스로의 깨달음으로 변한다.


이렇게 변해가는 와중에 각자의 방법으로 문제에 봉착한다. 화수로만 적자면 고프프리 38화, 가로 1기 17화. 자세히 적자면 '꿈을 지키는 전사 프리큐어의 꿈은 대체 누가 지켜줘야 하는가'인 것과, '호러사냥과 인간을 구하는 것의 우선순위'에 대해서이다. 그리고 답을 내린 것은...



<Go! 프린세스 프리큐어 39화 중(2분 10초부터)>


클로즈 : 그러나 꿈은 또다시 너를 궁지에 몰아넣을 것이다!

큐어 플로라 : 그래도 상관없어!! 스스로 정한 꿈인걸! 

아픈 것도, 괴로운 것도 전부 받아들여서...

나는 프린세스가 될 거야!!!


그리고 같이 나오는 가사는 다음과 같다.


멈춰서고서 알아챈 나의 약한 부분을

인정하고 (바뀌고서) 그리고 전부 극복하고 싶어

여러분 이게 일요일 아침에 하는 여아용 애니메이션 퀄리티입니다(...)


카나타 : 분명 나에게 새로운 꿈이 생겼기 때문일거야.

하루카, 네가 웃을 수 있도록 나는 너의 꿈을 지켜주고 싶어.

대놓고_커플플래그_세우시는_왕자님.jpg 

애초에 이름도 하루카 카나타(일본어로 '머나먼(하루카, 遙)' '곳에(카나타, 彼方)'라는 관용구)고.



고프프리에서는 단순히 지키는 자의 포지션인 프리큐어의 꿈을 다른 이가 '지킨다'는 뜻을 내비친다. 또한 하루카는 스스로 정한 꿈에 대해 한 점 후회도 하지 않은 채 걸어나간다. 그러한 꿈을 지키려는 자의 꿈은, 또 다른 꿈을 지키려는 자를 만들어내어 새로운 꿈을 만들어내는 것. 아마 고프프리가 말하고자 하는 메세지는 이것이 아닌가 싶다.

분명 앞서서 누군가의 꿈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존재는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 싸우는 존재가 꿈이 없다는 건, 모순이 된다. 그 모순을 깨트리는 존재는, 바로 그 싸우는 존재로 인해 보호받는 존재다. 아니, 애초에 그런 구분 자체가 필요없어지는 것이다. 누구든 지키는 자가 될 수 있고, 누구든 보호받는 자가 될 수 있으니. (그리고 난 이 화 후반에서 정말 최루탄이라도 맞은 것마냥 울었다.)


유치해보일 수 있던 하루카의 꿈 또한 47화에서 다시 한 번 명백하게 밝혀진다. 애초에 하루카는, 동화 속에 나오는 공주님이 되고 싶은 게 아니었다.



<하루노 하루카의 꿈은, 강하고 상냥하고 아름답다면 그 누구라도 프린세스라 말하고 있었다.>





코우가 쪽은 '갈등''에 대한 결과를 내기까지 시간이 좀 걸리게 된다. 17화부터 20화까지 말 그대로 급박하게 돌아가기 때문인데 본인이 자초한 결과로 인해 카오루와의 관계가 타인 그 미만 수준으로까지 멀어진 상태에서 주변의 상황이 급변한다. 그야말로 태풍의 눈에 진입하고 나서야, 그녀를 구하러 마계기사 홀로는 통상적으로 갈 수 없는 그렌의 숲에 발을 들여 바란카스의 열매를 지닌 파수꾼과 대면하게 된다.



<이러한 말들은, 코우가 내면에 있는 진심어린 답을 끌어내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코우가는 이 대화를 통해 분명 변했음을 시청자들에게 인식시킨다. 1화와 이 때(20화)를 비교하면, 확실히 사에지마 코우가는 인간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스스로 제거했다고 믿었을 테지만, 솔직히 1화에서 구해줬을 때부터 내색하지 않았더라도 이 쪽도 반한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 변화는 느긋하게 1기를 정주행하면 눈에 보이니, 직접 확인해보기를 바란다. 어떤 리뷰를 보고 나도 긍정한 파트인데, 코우가는 그 기점으로 카오루에게 자신도 모르게 흔들리는 것과 다를 게 없었다.



이 공통점이라고는 찾기 힘든 두 작품에서, 여주인공과의 관계가 틀어지는 원인이 남주인공 쪽에 있는 데다 심지어 의도치 않았다는 것마저 같은 씁쓸한 공통점이 있다. 이런 거는 왜 공통점이냐고... 


카나타는 하루카가 다치는 모습을 보고 '프리큐어가 어째서 스스로의 꿈은 돌보지도 않은 채 타인의 꿈에 대한 맹목적인 보호를 해야 하는가'라며 하루카가 싸우는 의미를 완전히 박살내버렸다. 당시 카나타의 상황도 상황이었던지라 카나타만에게 화살을 돌릴 수만은 없는 전개였다.

코우가는 그렇게까지 틀어진 것 자체가 본인이 자초한 점도 어느정도 있는 데인데다 그게 실수라는 점을 너무 늦게 깨달았다. 아마 스스로는 그 당시에 제일 적합하면서 둘러 댈 변명을 댄 것일 지도 모르지만. 말을 너무 아끼면 이렇게 됩니다, 같은 느낌이었을까. 17화에서 20화로 오면서 1화부터 17화까지의 두 사람의 변화보다 더 급진적으로(그렇다고 엄청 급진적인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그 이전 화들에 비해서) 달라진 태도를 보인다.


다행히 둘 다 잘 해결되기는 했지만, 이거 해결 안됐으면 그 시점에서 가로던 고프프리던 방영 끝! 수준이었다.



['인연'과 '운명의 부정']

일단 겉으로 보이기에, 제일 크게 보이는 두 작품의 중심적인 문구들은 바로 위에 쓴 대로 [인간]과 [인간이 갖는 꿈]이다. 하지만 조금 더 파고들어보면 가로에서는 인간의 여러가지 인연, 그 중에서도 사랑에 관한 얘기가 은연중에 자주 나오는 편이다. 애초에 1기만 해도 좁게 보면 두 사람의 관계의 변화가 동료 그 이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걸 쓰면서 안 거지만 코우가던 카오루던 단 한 번도 자기 입으로 좋아한다니 사랑한다니 한 적이 없다. 니들 이래도 괜찮은거냐.

이는 외전과 2기에서도 주요하게 다루어지며, 백야의 마수에서는 어릴 적 코우가의 기억 한 편에 자리잡고 있던 어머니의 사랑을, 2기에서는 코우가가 더 많은 사람들과의 인연을 맺어가며 넓어지는 관계에 대해 보여준다.


고프프리에서는 꿈이라고 간결하게 규정했지만, 원래의 목적은 인간의 삶은 운명을 부정하고 극복해나가는 것이라고 타나카 유타 프로듀서가 밝힌 적이 있다. 그것이 정리된 것이 바로 '꿈'이라는 단어였다고. 하루카는 카나타가 만들어 준 꿈을 카나타만을 위한 꿈이 아닌 자신의 꿈으로 개척해나가며, 미나미는 카이도 재벌의 영애가 아닌 수의사로써의 꿈을, 키라라는 흔들리던 꿈을 다시금 붙잡아 나아가고, 토와는 저주스러웠던 트와일라잇의 운명을 부정하지만 그 죄를 끌어안고 세 사람을 만나 새로운 꿈을 향해 나아간다. 


앞서 말했듯, 이 작품은 흔한 히어로물에서 자주 등장하는 지키는 자로써의 고뇌와 꿈에 대해서 주제를 설정했다. 그럼에도 그 진부한 주제로 견고한 팬층을 만든 것은 지속적으로 캐릭터 하나하나의 분량에 신경쓴 것과(리뷰엔 하루카 위주로 되어 있지만, 실제 내용에선 네 사람 전부에게 비중이 골고루 분배가 되어있는 편이다.) 각 프린세스들에게 맞는 속성이 온전히 잘 녹아나있는 전투씬, 무엇보다 주 시청층인 아이들에게 던지는 질문에 대한 답을 효과적인 연출로, 그야말로 '공주님'에 맞게 보여준 점일 것이다. 꽃의 아름다움을, 바다의 생명력을, 별의 빛남을, 화염의 화려함을 갖춘 공주님들은 매 화 자신들이 주역이 될 때마다 그에 맞는 강하고 부드럽고 아름다운 면모를 보여주었다.



[, 그리고 히어로]

아무래도 매체의 특성이 다르다보니 성별에 따라 주어지는 역할이 다를 수밖에 없다. 코우가를 비롯한 마계기사는 전부 남자고(차별스럽지만 이에 대해 원감독 코멘트, 여자가 갑옷을 입으면 옷태가 살지 않는다고... 솔직히 그 부분은 공감한다.), 카오루는 지켜지는 자이다. 하루카, 미나미, 키라라, 토와는 남여공학인 노블 학원에서 프리큐어로 선택된 '여학생'들이다.(토와는 호프 킹덤의 공주지만) 카나타 왕자는 프리큐어라는 직위를 다른 세계의 여자아이들에게 맡긴 것을 미안하지만, 그것에 그치지 않고 스스로 할 수 있는 전력으로 서포트한다. 카나타 왕자라는 캐릭터 또한, 프리큐어 시리즈에서 의외다 싶을 정도의 이레귤러적인 캐릭터였다. 이전까지는 대부분 이런 사과도 없었으니까.


카오루는 호러의 피를 뒤집어쓰고, 정화되었음에도 호러와 엮인다. 지켜지는 자이자 수동적인 포지션일 수밖에 없는 카오루는 이렇게 엮이지 않으면 가로 내에서 맡을 수 있는 역할이 없다. 제일 중요한 부분에서 큰 힘이 되는 것이 있기는 하지만... 


카나타 왕자는 호프 킹덤에 남아 혼자 싸우고 있었단 설정이 존재하지만, 기억을 잃고 헤매는 동안 가로의 카오루의 포지션과 다를 바가 없어진다. 이후에 멋지게 복귀를 한 이후에도 호프 킹덤에 홀로 돌아가 싸운다. 아쉽게도 프리큐어 진영과 겹치는 일이 드무니 잘 보이진 않게 되는데, 오히려 이 부분은 단순히 남성 캐릭터인 카나타만이 아닌, 프리큐어가 아닌 일반인으로써 사건에 휘말리는 나나세 유이라는 캐릭터와 합쳐져야 카오루와 더 흡사한 캐릭터로써 성립된다. 실제로 카나타만 놓고 보는 것보다, 유이와 캐릭터성이 합쳐진다면 그게 카오루라고 해도 될 정도로의 싱크로율을 보여준다. 유이는 동화작가를 꿈꾸고, 카오루는 이미 동화작가이지만 두 사람 다 프리큐어/황금기사에 관한 이야기를 쓸 수 있는 건 자신 뿐이라는 공통점이 존재하니까. 이후에 카오루가 도움을 주는 부분은 유이라기 보다 카나타 쪽에 더 가까우니, 확실히 더 그런 느낌이 든다.



<'나나세 유이'와 '미츠키 카오루'만이 그려나갈 수 있는 것. 그리고 세상에 전해 줄 수 있는 것.>



[파격과 안정 사이]

가로는 처음 계획되었을 당시 아동용 타겟의 1년 분량을 기획하였다가 좀 더 연령대가 높아진 쪽으로 변하며 분량 또한 2쿨로 변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기존의 가면라이더 시리즈, 슈퍼전대 시리즈와는 다른 느낌으로 진행된다. 1화부터 벗은 여인의 나체가 그려진 그림이 나오고, 이후에도 시즌 1 마지막화, 시즌 2 첫 화에서도 꽤나 파격적인 노출이 등장한다. 노출도도 노출도인데 폭력성도 워낙 강하다. 아동용의 그것과는 다르다. 이야기의 진행도 통수와 통수의 연속. 워낙 중요한 내용이라 언급은 물론이고 어느 파트의 짤을 떠야 할 지도 가늠이 안가, 어쩔 수 없이 비워두기로 했다.


고프프리는 처음에 프리큐어란 존재가 공주님이란 설정이 등장했을 때부터 팬들에게서 여러 의견이 나왔었다. 기존까지의 프리큐어는 여아용이라고 믿기 힘든 강렬한 육탄전이 기조였지, 흔히 볼 수 있는 여아물의 샤랄라한 공주님같은 것과는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작품이 진행되면서 그 파격적인 면모와 달리(이전에 볼 수 있었던 변신소녀물의 클리셰 중 하나였고 그와 안티테제적인 위치에 있던 프리큐어에 등장했다는 것이 독특했던 거였을 뿐이다) 정석적인 이야기로 흘러가게 된다. 이것이 완구 판매에 영향을 끼쳐 판매량이 나쁘다는 것은 안타깝지만. 



<클로즈 얜 생긴 것도 그렇지만 캐릭터 자체의 위치도 계속 변화한다.>



[시간의 제한]

여기서 말하는 시간제한은 가로와 고프프리가 다른데, 가로는 기본적으로 변신시간의 타임 리밋인 99.9초도 있고, 살아있을 수 있는 기간으로 따지면 1기의 카오루, 2기의 코우가/레이를 비롯한 마계기사 전부를 말한다. 고프프리는 호프 킹덤이 구해지기까지의 시간. 두 작품 다 주인공들에 대한 위협을 미리 상정하고 시작한다. 그게 개인이 됐건, 나라가 됐건. 히어로물의 특징이라면 특징이겠지만 이런 위기가 없다면 히어로는 존재할 가치를 잃는다. 


또한 고프프리에 있어 또 하나의 시간제한이라면 4쿨이라는 현실의 시간이다. 가로는 이후에 단독으로 극장판이 몇 편 제작되었고, TV시리즈에서 어정쩡한 엔딩을 냈던 걸 영화로 완벽하게 끝을 이어버릴 수 있지만, 고프프리는 이후 시리즈인 마법사 프리큐어! 에게 주역 자리를 넘겨줘야 하고, 시기가 시기인 이상 9월에 나오는 극장판은 본편 중간에 들어가는 엑스트라 스토리이며, 그 다음해 3월은 완전한 평행세계이자 고프프리의 주역들만 등장하는 것이 아닌 전체 프리큐어가 등장하는 영화다. 당연히 하루카, 미나미, 키라라, 토와의 미래의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둘 다 미래에 관한 얘기는 아니기 때문에. 마치 카오루가 아버지에게서 받았던 황금 기사의 이야기의 마지막 페이지처럼 백지인 상태와 비슷한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가로의 이야기도 완전히 끝을 맺었다긴 뭐하다. 여러가지 의미로.



<올해 레이 주연인 외전 나온다면서요. 그러면 얘네 썰 좀 풉시다 진짜, 응?>



[끝... 이려나?]

가로 시리즈의, 정확히 말해 코우가의 이야기에서 아쉬운 것은 위에서도 말했지만 카오루는 지켜지는 자이기 때문에 수동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미공개 엔딩마저도 결국 타다이마 오카에리 엔딩이고... 마계기사의 조건이 여성은 안된다는 것도 좀 아쉽고. 설정 외의 이야기로는 나름 비스꾸리하게 공감은 하는데 음... 여하튼 아쉬울 수밖에 없다. 


고프프리는 이전 작인 해피니스 차지 프리큐어!의 파격으로 인한 흥행의 아쉬움을 타파하고자 좀 더 독특한 공주님 컨셉을 가지고 왔지만, 그게 프리큐어 내에서만 독특하고 이미 몇 번이고 우려먹힌 소재인데다 스토리마저 큰 굴곡없이 이어져 아쉽게 되었다. 리뷰를 쓰는 입장에서 스토리가 굴곡지지 않다라는 점이 단점이 되는 것은 개인적으로 공감하기 힘들지만. 큰 굴곡이 없이 무난하게 잇는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니 말이다. 가로는 시즌마다 눈에 보이는 점이, 약 18화부터 마지막화까지의 각본 전개 속도가 꽤 빠른 편인 것. 그래도 어떻게 압축은 잘 되는 듯 하지만...


아쉬움만 적자고 쓰는 리뷰가 아니니 좋은 점도 적자면 이 두 시리즈의 찾기 힘든 공통점 중 하나이자 장점 중 하나가 CG이다. 미쳐날뛴다. 고프프리는 이미 애니메이션 업계 내 최강의 CG를 구사하는 회사이고(그리고 이어지는 세일러문의 악몽) 가로 시리즈는 05년, 11년에 방영한 TV시리즈물이라고 믿기 힘든 퀄리티를 보여줬다. 물론 지금 기준으로 보면 조잡할 수는 있으나 10년, 5년 전에 방영한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더구나 지금 이 리뷰에서 같이 다루는 고프프리는 아예 작년~올해의 작품이라 더 비교될 수밖에 없는데, 다시 언급하지만 가로 1기는 2005년, 고프프리는 2015년 작품이다. 1기가 방영할 시 프리큐어 시리즈는 첫번째 작품의 두번째 시즌인 <두 사람은 프리큐어 Max Heart>가 방영 중이었고 당시에 3D 모델링은 적용되지 않았다.



<토에이, 왜 세일러문과 드래곤볼은 그따위로 만들었지?! 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3D 모델 퀄리티>


<고프프리 직전, 2014년에 방영되었던 4기 마계의 꽃 3D. 질 수 없다 인건가 이거...>



가로 시리즈는 프리큐어 시리즈와 달리 애니메이션, 모에파치(이걸로 회사 하나가 순식간에 네임드가 되었다고 하더라), 영화, 기존의 특촬물까지 정말 온갖 매체로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있다. 당장 올해에 극장판 애니메이션 한 편이 확정되어 있고, 작년엔 특촬과 애니메이션이 방영되었다. 애니메이션의 경우 세계관이 계속 바뀌고 가로 시리즈 고유 설정은 유지되는 프리퀄인지라 특촬물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좀 더 보기 편할 것이다. 3D가 미쳤다는데 애니메이션으로 나온 첫 작 BD 판매량이 처참했다는 게 좀 슬프다만.


고프프리는 그야말로 초고속으로 승진한 타나카 유타라는 디렉터의 첫 감독작이다. 이 사람이 누군가 하면 고프프리를 비롯한 이전의 프리큐어 시리즈에서 극상의 작화미를 보여줬던 감독이다(대표적으로 두근두근 프리큐어에서 신의 한수로 평가받는 40화의 마코토 라이브 씬 등). 물론 모든 화의 작화감독을 담당했던 것은 아니나, 중요한 키포인트가 되는 화는 본인이 직접 담당했으며, 그런 화의 스토리, 작화, 연출은 할 말이 없을 정도. 39화가 방영된 당시에는 드래곤볼 슈퍼와 비교되어 이정도만 더 관심을 가져줬으면 하는 원망섞인 후기도 올라왔었다. 여아용 애니메이션의 연출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였기 때문에. 스토리가 왕도적이고 굴곡이 없어 심심할 수 있는 부분을 제일 먼저 보이는 작화로 커버한다. 기술을 쓰는 장면은 CG로 구현했지만 위화감이 거의 없을 정도로 토에이 3D 작화팀이 갈려나갔음을(...) 알 수 있기도 하다. 정말 작화를 중요시하는 사람이라면 작화 하나만 믿고 봐도 될 수 있을 수준.



각각 다른 느낌으로 즐길 수 있는 GARO와 Go! 프린세스 프리큐어. 

Go! 프린세스 프리큐어는 본편 50화로 챙겨보기만 하면 되고, GARO, 정확히 말해 코우가가 주인공인 시리즈는 1기- TV스페셜 백야의 마수 - 극장판 Red Requiem - 2기 - 창곡의 마룡/도환의 피리(창곡의 마룡 시점 스핀오프) 순으로 봐야 좀 더 흐름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특히 완전히 끝내는 엔딩의 경우 제일 마지막에 나온 극장판을 봐야 TV 시리즈로만 봤던 이들의 답답함을 확 날려줄 것이다. GARO에서 코우가의 이야기는 이미 3년 전에 끝났기 때문에 한 번에 몰아보기도 나쁘지 않다. 3기 이후로는 주인공이 다르며, 4기는 조금 관련이 있을지도...? Go! 프린세스 프리큐어는 이제 완결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이전까지 방영한 화들을 몰아보고 이후에 남은 에피소드를 즐기면 그만.


양 쪽 다 요즘에 흔한 짧게짧게 소화되는 작품군과는 다르기 때문에 비교해 다소 긴 러닝타임에 질릴 수도 있겠지만, 취향이 맞는 이들이 좀 더 많이 즐길 수 있길 바라면서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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